고금리 시대 자영업자들이 세금 납부 자금 부족으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금 연체료보다 카드론 금리가 더 높고, 신용등급 하락까지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4년에는 연체료율이 2.5/10,000에서 2.2/10,000으로 인하되어 납세자 부담이 다소 완화되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체납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5%에서 2024년 1분기 1.52%로 3배 증가하는 등 사업자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세금 납부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론으로 세금 납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지난해 종합소득세 5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카드론 1000만원을 받아 세금을 냈다. "당장 세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카드론을 받았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연 13%의 이자를 1년간 부담하게 됐다"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평균 금리는 각각 연 13%, 17%로 세금 연체료 연환산 8.03%보다 훨씬 높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용등급 하락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고위험 대출로 분류해 이용 시 신용점수가 크게 떨어진다.

카드론·현금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35조원에서 2024년 8월 44.7조원으로 급증했으며, 연체율도 1.9%에서 3.1%로 치솟았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세는 하루만 늦어도 3% 즉시 부과"

세무가이드의 김민정 세무사는 "연체 가산세는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인세와 원천세의 경우 납부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미납세액의 3%를 즉시 부과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00만원 세금을 1개월 연체할 경우를 보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6만6000원의 연체료가 발생하지만, 법인세와 원천세는 36만6000원으로 5배 이상 높다. 이는 3%의 즉시 가산세(30만원) 때문이다.

김민정 세무사는 "어려운 경우 어려운 사유를 제출해 분납을 허가받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보험을 가입해서 납기를 늦추는 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카드 납부, 언제 유리할까?

그렇다면 카드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어떨까? 국세 납부 시 신용카드는 0.8%, 체크카드는 0.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1000만원 기준으로 신용카드 8만원, 체크카드 5만원의 부담이다.

김 세무사는 "하루 늦어 3% 부과될 바에는 0.8% 부담하더라도 카드로 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하루만 연체해도 30만원(3%)의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8만원의 카드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세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국세완납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정책자금, 공공입찰, 대출 실행 및 갱신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입찰 등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연체보다는 수수료가 발생하더라도 신용카드 납부가 유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

세금 연체 시 부과되는 연체료와 가산세는 생각보다 무겁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재산압류,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 심각한 후속 조치가 따른다. 특히 법인세와 원천세는 하루만 늦어도 3%의 추가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체계적인 세무 일정 관리와 세무대리인 활용을 통해 납부기한을 준수하고, 불가피하게 체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세무서와 상담하여 분납이나 징수유예 등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도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여 세금 체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금 납부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분납이나 징수유예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납의 경우 2개월 이내에 완납하면 별도 이자가 없고, 2000만원 이상의 세금은 연부연납을 통해 최대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연부연납 가산금은 연 3.4% 수준으로 카드론보다 훨씬 저렴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납세유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무작정 연체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기보다는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과 상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