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작=MMM)

본격적인 반도체 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합계가 최대 2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HBM 기술 경쟁이 동시에 가속화되며 양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미국 증시에서 불거진 AI 거품론으로 주가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을 107조6120억 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83조2420억 원보다 29.3%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iM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을 93조8430억 원으로 전망했다. 두 수치를 합산하면 양사의 영업이익은 200조 원을 넘어선다.

같은 날 KB증권은 삼성전자 97조 원, SK하이닉스 81조 원으로 합산 178조 원의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올해 예상치 85조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수요 폭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UBS는 글로벌 AI 설비투자가 올해 4230억 달러에서 내년 57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호황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의 HBM4 조기 양산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12단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최근 고객사 피드백을 마치고 상업적 공급 단계로 진입했다. 고객사에 약 2~3만 장의 유상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단순 검증 단계를 넘어 실사용을 전제로 한 거래로 평가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부 품질 테스트 단계인 생산준비승인(PRA)을 마친 것으로 전해져 SK하이닉스보다 3~4개월 늦은 일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비전 요청이 이어진다는 것은 공급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의미”라며 “SK하이닉스의 재설계설은 신뢰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는 HBM뿐 아니라 범용 D램 가격도 폭등세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DDR4 8Gb 1Gx8) 평균 가격은 8.1달러로 올해 1월 1.35달러 대비 약 6배 상승했다. HBM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생산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I 수요가 늘면서 GPU뿐 아니라 구글 TPU, 기업용 SSD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과 DDR5, SSD 가격 상승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증시는 기대와 달리 조정을 받았다. 15일 오후 1시 10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 하락세였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가 1.69% 떨어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 넘게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은 AI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주 감소 우려로 하루 만에 주가가 11% 급락했다.

키움증권과 iM증권은 현재 조정을 실적 부진이 아닌 과열된 기대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해석했다. iM증권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내년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생산량이 대폭 확대되며 실제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PRA 단계를 통과한 만큼 곧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두 회사 모두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