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비만치료제 시장이 먹는 제형과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가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있으며 국산 신약도 본격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내년 미국 출시에 이어 한국에도 빠르게 도입할 계획이다.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이 약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로 올해 안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FDA의 신속 승인 제도를 적용받으면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미 대량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 릴리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오포글리프론 수십억회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물량이 확보된 만큼 미국 승인 후 한국에도 신속히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릴리 역시 본사와 긴밀히 협의하며 국내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릴리는 또 기존 주사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고용량 제품(12.5㎎, 15㎎)을 내년 상반기 한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고용량 제형은 기존 대비 체중 감량 효과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노보 노디스크도 내년 FDA 승인을 거쳐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형 ‘세마글루타이드25㎎’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 7㎎, 14㎎보다 용량을 높인 GLP-1 기반 약물로 체중 관리 효과를 강화했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7.2㎎ 고용량 제형에 대한 허가를 지난달 FDA에 신청했으며 현재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현행 위고비의 승인 용량은 2.4㎎이며 이번 신청은 신속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심사 결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고용량 위고비의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3상 중간 톱라인 결과에서 최대 30%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최근 “4중 작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며 복합 수용체 기반 신약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치료제는 하나의 약물로 4가지 대사 및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한편, 케어젠은 GLP-1 기반 먹는 체중 감량 펩타이드 ‘코글루타이드’의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 건강기능식품형 비만치료제 출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