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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 달 만에 0.4%포인트 이상 오르며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끌’·‘빚투’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돼,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120~6.200%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8일(4.020~6.172%) 대비 하단이 0.100%포인트, 상단이 0.02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 달 전인 10월 말(3.690~6.172%)과 비교하면 하단이 0.430%포인트 급등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는 일주일 만에 상단이 0.197%포인트 상승한 연 5.507%를 기록했다.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은 시장금리와 코픽스(COFIX) 금리 등 주요 지표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8일 3.429%에서 이달 5일 3.452%로 상승했다. 코픽스 금리도 8월 2.49%, 9월 2.52%, 10월 2.57%로 꾸준히 올랐다.

은행권은 자금 확보 비용이 증가한 만큼 가산금리까지 높이며 대출 금리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기 조정 외에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금리 인상 속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달 4일까지 주담대 잔액은 611조1017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840억원 줄었다. 월별로 주담대 잔액이 감소한 것은 2024년 3월(-4494억원)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비대면·모집인 채널을 포함한 모든 주담대 취급을 연말까지 중단했다. 다른 은행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어서 ‘주담대 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불리는 주담대에 대해 위험가중치 상향을 시사하면서 은행들은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대출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대출은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다. 4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3829억원으로, 4영업일 만에 8183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 10월(9251억원), 11월(8315억원) 증가폭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권은 주담대 규제 여파로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급증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기존 한도가 유지되는 마이너스통장은 신규 대출 제한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하면서 개인투자 목적의 ‘빚투’ 자금이 다시 유입된 점도 신용대출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됐다”며 “금리와 규제 강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두 대출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