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8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금 적립계좌 위험등급이 은행마다 달라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866.9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시카고상품거래소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855.20달러로 마감한 뒤 3863.1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제 금값은 미국 정부 부채 문제와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 약화 가능성 등으로 연초부터 상승세를 이어 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는 지난 12일 2025년 말 금 목표가를 3800달러로 상향했고 도이치뱅크는 2026년 평균 가격을 4000달러로 제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가 예산안 협의에 실패하면서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금값은 더욱 급등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금을 예금처럼 적립하는 금통장 위험등급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은 금통장을 가장 위험한 1등급으로 분류했으며 신한은행은 2등급, 국민은행은 기존 3등급에서 지난달 30일 2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국제 금값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위험 수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은행마다 금통장 상품을 분류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우리은행만 금통장을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한 반면 다른 은행들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별도 분류를 하지 않았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준칙은 금 적립계좌를 ‘파생결합증권 예외 상품’으로 규정한다. 상품 구조 자체는 단순하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규제 적용 여부를 놓고 오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보호재단 관계자는 "은행별 위험등급이 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상품 위험도를 알기 어렵다"며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관계자들도 "ELS와 달리 금은 가격 변동폭에 따라 이론상 원금 전액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평가 기준 혼선까지 겹치면서 금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