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5사가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조기 은퇴로 인한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이 서비스는 사망보험금을 연금자산으로 전환해 계약자가 생전에도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형 특약이다.
30일 금융위원회와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KB라이프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동시에 출시했다.
대상은 55세 이상이며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을 10년 이상 납입 완료한 계약자다. 유동화는 주계약 사망보험금의 90% 이내에서 가능하다. 유동화 진행 중이라도 중단이나 조기 종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후 재신청도 허용된다. 다만 유동화를 개시한 뒤에는 사망보험금을 원상 복구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계약자의 재정상태에 맞춘 맞춤형 선택을 위해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대한 충분한 비교 안내를 요청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번 제도는 은퇴 이후 소득이 끊기는 현실적 문제를 반영했다. KB금융그룹의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실제 은퇴 연령은 평균 56세로 조사됐다.
특히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인 64세까지 약 8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연금 통계에서도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은 연금 수령 직전까지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는 이러한 소득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원 중 90%를 유동화해 55세부터 20년 동안 받는다면 매년 약 1000만원과 월평균 12만7000원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 고연령자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으며 유동화 개시 시점과 기간은 계약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1년 단위로 지급되는 ‘연 지급형’ 상품이 출시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매달 지급되는 ‘월 지급형’ 상품도 추가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1년 단위 상품을 이용하던 고객이 추후 월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선택 폭을 넓혔다.
1차 출시 대상 계약은 총 41만4000건이며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이다. 보험사들은 해당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2일까지 모든 생명보험사로 확대되면 대상 계약은 약 75만9000건, 금액은 35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신보험은 과거 유족 생활 안정을 위한 사후소득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의료비와 간병비 등 생전 활용 수요가 늘고 있다”며 “퇴직 후 소득 단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유동화 신청은 대면 고객센터나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다. 유동화 철회는 금액을 수령한 날로부터 15일 이내 또는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빠른 시점까지 가능하다. 보험사가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3개월 이내 취소도 허용된다. 다만 이외의 중도 취소는 불가능하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노 실장은 “유동화 수령액은 계약된 사망보험금 총액과 예정이율, 개시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약정금리가 적용돼 수령액도 점차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는 요양, 간병, 헬스케어 등 종합서비스와 결합된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